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Arcaea/스토리/Act I-III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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=====# F-2 #===== >[[파일:Arcaea/Story/F-2.webp]] >---- >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. > >전에도 이처럼 완강히 저항한 적이, 몸부림친 적이 있었다. > >마치 모든 것이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듯한 고통. > >멈춘 시간 속에서, 모든 것을 그만두고픈 욕구가 솟아올랐다. 그 욕구는 이윽고 짜증으로 변했다. >---- >왜냐하면, 그만두고자 하는 이 마음은 결코 상냥함에서 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. 무심함. 히카리가 항상 지녀왔던, 마음 아주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공포스러울 정도의 무심함. 이 심오할 정도의 무심함... 전에도 느낀 적이 있다. > >히카리의 영혼 속에서는 두 의지가 부딪히고 있었다. > >할 수 없어, 히카리가 생각했다. > >해야만 해, 히카리가 생각했다. > >이 생각들이 “해야 한다”, “하면 안된다”는 생각에 부딪히고 있었다. > >하지만 히카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또 다른 불꽃이 타올랐다. 그녀의 진짜 염원은, 꺼지기에는 너무나도 강렬히 타올랐다. >---- >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타이리츠의 앞에, 히카리가 서있었다. > >주변은 무지개의 색채로 얼룩지고 있었다. 타이리츠도 히카리도, 그 누구도 움직일 수 없었다. > >히카리의 안에서, 희망이 제안했다. >“시간을 다시 흐르게 한 후에, 이 애를 저 멀리 옮겨버리는 건 어떨까?” >히카리의 살고자 하는 의지가 그 제안을 고려했다. > >그것도 괜찮겠네. 히카리가 결론을 내렸다. 희망도 어딘가에는 쓸모가 있었다. >---- >세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. 그리고 타이리츠는 순식간에 교회의 대문 앞으로 옮겨졌다. > >타이리츠가 절박하게 뻗은 손은 히카리의 목이 아닌 대문의 쇠 손잡이를 잡았다. 그리고 유리 조각이 날아와 손잡이를 대문에서 뜯어내버렸다. > >그 순간, 타이리츠는 “짐승”의 계획을 이해했다. 검은 소녀는 주변에 남은 유리 조각을 모두 긁어모아 공중으로 내던졌다. > >조각들이 반짝이며 다양한 풍경을 비추었다. 이윽고 타이리츠는 히카리를 찾아냈다. 그리고, 대지를 움직였다. > >대지 밑에서 만물이 뒤틀렸다. 반역의 의지로 불타오르는 히카리가 조용히 세계의 현실 구조 위에 발을 딛었다. > >그리고 하얀 소녀는, 여전히 타이리츠가 이 모든 것을 빼앗아갈 심산임을, 그리고 그렇게 할 수단을 갖고 있음을 깨달았다. >갑작스럽고도 두려운 깨달음. > >그래, 희망이 뭐 어쨌다고? >---- >히카리는 웃었다. > >희망 따윈 없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. > >두 소녀 사이의 공간이 뒤틀린다. 둘 중 누가 한 짓인지는 자신들조차 몰랐다. > >무너져내린 대문 앞에서, 교회의 그림자에 덮인 채, 히카리와 타이리츠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. > >미소를 입에 건 채, 히카리는 전에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. > >아주 쉽게, 그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말은, > >“말했잖아... 이런 짓 하지 않아도 된다고.” > >검은 소녀는 단 한마디도 듣고 싶지 않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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